이달의 메시지

다시 상담소의 문을 열며

일상의 소중함 깊이 새기고, 조심스럽게

국가 전반 아니 전 세계의 위기 앞에서 상담소도 지난 두 달 여 동안 상담소 역사상 처음으로 면접상담을 중지한 전대미문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이르고 있던 지난 2월 25일 서울가정법원의 재판연기와 휴정에 맞추어 상담소도 서울가정법원 민원실 출상상담을 임시 중지하고 또한 관할구청인 영등포구청의 권고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2월 26일부터 상담소 본부에서의 면접상담도 임시 중지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불특정다수의 내담자들에게 항시 열려있는 상담소로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감염과 관련 우려가 커지던 때여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하지만 전화와 인터넷상담을 열어두었음에도 언제쯤 면접상담이 가능할지 문의가 계속되고 특히 시급한 소송구조 사건들도 적지 않아 여러 가지로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그 동안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하루 열 명 안팎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신중하게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논의 되는 시점이어서 상담소도 이에 발맞추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선 지난 4월 20일부터 전화예약을 받아 현관에서 문진과 체온측정, 손 소독, 마스크 확인 등을 거쳐 충분한 여유를 두고 면접상담을 시작하였고, 27일부터는 가정법원과 협의를 거쳐 출장상담도 재개하였습니다. 세상이 멈춘 것 같아도 일상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어서 먹고 사는 것만큼 크고 작은 가정문제가 번민과 고통을 가져오고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보다 법적인 조언이 절실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면접상담을 중단하고 있던 때 무작정 상담소를 찾는 이들도 간혹 있어 어렵게 전화상담이나 인터넷상담 혹은 예약을 하도록 안내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면접상담을 잠시 중단하였다고 해도 상담소는 언제나처럼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직원들은 일상에서 너무 바빠 잠시 미뤄두었던 맡은 바 업무를 정리하느라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예산 관련 업무도 예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국가에서는 이 엄혹한 시절을 맞아 예산을 더욱 충실하게 기획하고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으나, 가정문제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상담소로서는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이면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담소의 예산을 이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씩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들과 같이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채 눈길을 주고 손길을 내밀기 전부터 6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법률구조’의 씨앗을 뿌려 우리 사회 모든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복리를 위해 상담과 소송구조, 법 개정운동, 법률계몽,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사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한 발 앞서 새 길을 열어 온 상담소의 존재 의의를 바르게 인식해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지금 인구문제 전반을 위시해 사회의 근간으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가족구성원 사이에 갈등과 마찰이 심해져 가정문제 또한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상담소의 역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지금 어떠한 전망도 조심스럽지만, 면접상담을 재개하면서 상담소의 구성원들은 새롭게 우리 일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법률구조사업에 더욱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하고, 이 비슷한 일도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는 어떠한 현실에서도 삶의 진리를 배우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번 사태를 지나며 우리는 우리들의 삶이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때로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일상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프게 배우고 있습니다. 깨지기 쉬운 만큼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 한순간을,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저 반갑다고 두 손을 마주 잡고, 얼싸 안기도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상이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