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메시지

가정에서부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에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2045년이면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2세대 가구는 16%에 불과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28일 스테파노 스카페타 OECD 고용노동사회국장이 서울에서 열린 ‘2019 국제 인구 콘퍼런스’에서 발표한‘한국 가족정책 분석 연구’의 내용으로 그는 특히 “현재 한국에서 주된 가족 형태를 차지하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이 2045년에는 전체 가족 형태 중 16%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0년 국내 전체 가구 중 28.8%와 10.2%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는 ‘부부+자녀’와 ‘한부모+자녀’ 유형은 각각 2045년 16.8%와 9.5%로 줄어드는 대신, 부부 단독 가구와 독신 가구 유형은 같은 기간 각각 16.6%와 30.3%에서 21.4%와 37.1%로 증가한다는 전망입니다. 이는 통계청에서 2017년에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와 거의 흡사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인구 및 가구 추이가 이러한 흐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카페타 국장은 이 같은 저출산 기조가 사회 전반의 가족 구성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산 동력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15∼74세 인구 중 노동에 참여하는 인구는 올해 2700만 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매년 조금씩 늘어 2025년에 정점을 찍은 뒤, 2040년에는 2450만 명 정도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 원인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육아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현실, 가계에서 차지하는 높은 사교육비 지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우리 사회는 사상 초유의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핵가족 제도가 붕괴하고 국가 전반의 생산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45년이면 언뜻 멀어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앞으로 불과 25년 남짓으로, 채 한 세대의 시간도 남아 있지 않은 기간입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우리의 전통적 가족구성이 된 지도 사실 그리 오랜 일은 아닙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는 ‘급속’이라는 말로도 부족해 보입니다.

혼인 여부, 자녀를 낳을 것인가의 문제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어서 누구도 개인에게 혼인을 하라 말라, 아이를 낳아라 낳지 말라고 할 자격도 권리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와 국가가 혼인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하는 것은 국가존립과도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또한 출산의 문제를 생산의 동력, 국가의 경쟁력의 문제로만 보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결과적으로 국가 생산 동력의 문제까지 해결한다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때 민의의 전당, 민주주의의 희망이었던 광장의 사분오열 사태를 보며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가족문제를 다루는 현장에서 매일 매일 우리 사회의 가정 문제를 들여다보는 상담소에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소통’의 문제, 가족 구성원 사이의 소통의 부재가 우리 사회 현안 가운데 상당 부분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민주주의란 본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지, 일사분란하게 모두 같은 의견을 가져야 하고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옳고 그른 것의 구분은 있지만 내편의 주장은 내편의 것이어서 옳고 상대의 주장은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들의 주장이기에 그르다는 생각은 가장 비민주적이며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을 가르치고 배워야하는 곳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인 것인데, 이제 우리 사회는 그 가정의 존립조차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상담소의 11월은 부부갈등이나 이혼상담 등 가족갈등 상담통계가 낮아지는 달입니다. 오랜 세월 관찰한 결과 그것은 이 달이 입시나 겨울나기 준비 등 각 가정마다 가족구성원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에 갈등조차도 조금은 미뤄둘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정 없이 사회와 국가가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시대의 책임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