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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립 63주년 기념 심포지엄(1)

지난 10월 18일 열린 본 상담소 2019년 두 번째 심포지엄으로 친생추정조항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정방향을 논의하였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하여 게재하며. 이번 호에는 주제발표 내용을 먼저 싣는다. 전문은 본소 홈페이지 http://www.lawhome.or.kr 에서 볼 수 있으며, 심포지엄 관련 소식은 31면 참조.

주제발표

김 상 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들어가는 말

민법 이하에서 민법 조문은 별도로 법명을 표시하지 않는다.
제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친생자)로 추정되어 출생과 동시에 그 사이에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발생한다(친생추정제도).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친생추정의 효과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모가 혼외관계에서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한 경우라고 해도 일단 그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는 법률상 부자관계가 발생한다(모와 모의 남편, 즉 법률상의 아버지는 그 자녀를 혼인중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47조.
다만 이런 경우에는 모 또는 모의 남편이 그 사유를 안 날(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제846조, 제847조), 친생부인판결이 확정되면 법률상의 부자관계는 자녀의 출생 시로 소급하여 소멸하게 된다(친생부인제도).
친생추정제도에 따라 모가 혼인 중에 자녀를 임신하여 출산한 경우에는 - 어떠한 의사표시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 일단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법률상 부자관계가 발생하므로, 현실에 서는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친생부인제도에 의해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으나, 민법은 원칙적으로 모와 모의 남편에게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제소기간에도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친생추정과 친생부인에 관한 이러한 입법태도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회가 변화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친생추정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표출되었으며, 그와 함께 개정의 요구도 제기되었다. 우선 사회의 변화와 관련하여 보면, 현대사회에서 성적 자유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가 아닌 경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고 해도 남편의 자녀가 아닐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친생추정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친생추정을 배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은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였다고 해도 이혼 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친생추정을 배제하는 법개정으로 귀결되었다(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혈연에 따른 친자관계를 거의 100% 가려낼 수 있게 되면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기회를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주장은 ‘자신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가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경향과 더불어 더욱 강하게 표출되었으며,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법개정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자녀와 생부에게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법례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 경향에도 불구하고 친생추정제도는 여전히 각국의 입법례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의 범위와 제소기간도 여전히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혈연진실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자관계의 성립과 존속에 있어서 혈연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친자관계의 성립과 존속의 문제에 있어서는 혈연의 진실 이외에 자녀의 복리, 가정의 평화와 같은 다른 법익도 균형 있게 고려될 필요가 있으며, 각국의 친생추정제도와 친생부인제도는 이러한 가치관을 일정한 수준에서 반영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최근에 친생추정과 관련된 논의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5년에 친생추정에 관한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 부분에 대해서 헌법불합치선고를 내린 것을 계기로 민법 제844조가 개정되고, 친생부인의 허가청구(제854조의2) 및 인지의 허가청구(제855조의2)에 관한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개정 전과 다름없이 모의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어 일단 법률상 부자관계가 발생하지만, 모나 모의 남편은 자녀의 출생신고를 미룬 상태에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받아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게 되었다(제854조의2). 또한 생부는 - 모나 모의 남편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 인지의 허가 심판을 받아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발생한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키고 인지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제855조의2).
한편 친생추정에 관한 문제는 재판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법률상의 아버지)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이 이어지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친생추정에 관한 논쟁은 결국 친자관계의 성립과 존속의 문제에 있어서 혈연진실주의와 자녀의 복리 그리고 가정의 평화와 같은 다양한 법익을 어떻게 조화롭게 실현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발표문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근거하여 ① 친생추정에 관한 2017년 개정민법 규정의 문제점과 ②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 검토한다. 그리고 ②의 쟁점과 관련된 문제로서 ③ 부자간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양친자관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II. 친생추정에 관한 2017년 개정민법 규정의 문제점

2015년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헌재결 2015. 4. 30. 2013헌마623.
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법무부가 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였고, 2017년 4월 5일 국회에 상정되었음. 법무부안에 대한 해설은 윤진수, 친생추정에 관한 민법개정안, 가족법연구 제31권 1호(2017. 3), 1면 이하 참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기초로 대안을 제안하였다. 이 대안이 2017년 9월 28일 국회를 통과하여 2017년 10월 31일 공포되었다. 법률 제14965호. 2018년 2월 1일 시행.

이에 따라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가 개정되었고, 제854조의2(친생부인의 허가 청구)와 제855조의2(인지의 허가 청구)가 신설되었다. 이외에 관련된 가사소송법과 가사소송규칙도 일부 개정되었다. 이하에서 이 규정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1. 개정법 규정과 출생신고에 관한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의 부조화

(1) 개정민법 규정

개정법과 관련하여 첫 번째로 제기할 수 있는 문제점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규정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개정민법의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②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③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854조의2(친생부인의 허가 청구) ① 어머니 또는 어머니의 전 남편은 제844조 제3항의 경우에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혼인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가정법원은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의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 또는 장기간의 별거 등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허가 여부를 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제844조 제1항 및 제3항의 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

제855조의2(인지의 허가 청구) ① 생부(生父)는 제844조 제3항의 경우에 가정법원에 인지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가정법원은 혈액채취에 의한 혈액형 검사, 유전인자의 검사 등 과학적 방법에 따른 검사결과 또는 장기간의 별거 등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허가 여부를 정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허가를 받은 생부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57조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제844조 제1항 및 제3항의 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

(2)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출생신고를 미루어야 하는 개정법의 문제점

1)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가 전 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고 생부가 그 자녀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모가 그 자녀를 일단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한 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만 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였다. 개정법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식을 채택하였다. ① 우선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여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한다(이 점에 있어서 개정법은 개정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②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지만,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 다만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의 경우에도 혼인성립의 날부터 200일이 되기 전에 출생한 자는 친생자의 추정을 받지 않으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와는 달리 친생부인의 소가 아니라 친생부인의 허가를 받아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다.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은 친생부인의 소와는 달리 가사소송절차가 아니라 가사비송절차이므로 절차가 간이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③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허가를 청구할 수 없다. 즉 모(母)나 모의 전 남편이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청구하려는 경우에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미루어야 하며, 법원에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된 후에야 비로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면 자는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되므로, 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모의 전 남편은 부(父)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정법 규정은 가족관계등록법의 출생신고 규정과 조화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자녀의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는데, 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제1항: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개정법 규정과 같이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된 후에 비로소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면 이 기간 내에 출생신고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를 하기 전에도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모의 전 남편을 자녀의 아버지로 하여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므로, 자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모의 전 남편이 아버지로 등록되며, 모나 모의 전 남편은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개정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므로, 결국 개정의 의의가 상실된다).

2)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가사비송사건으로서 가사소송사건에 비하여 절차가 간이하다고 설명되고 있지만, 윤진수, 친생추정에 관한 민법개정안, 가족법연구 제31권 1호(2017. 3), 18면; 법제처 해설(관보 19121호).
부자관계의 소멸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녀의 출생일로부터 1개월 내에 심판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받으려면 유전자검사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검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립대학병원의 경우에는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통 15일에서 2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또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하므로(가사소송규칙 제61조의2), 즉시항고 기간이 경과하여야 심판이 확정된다. 즉시항고의 기간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자가 심판을 고지 받는 경우에는 그 고지를 받은 날부터, 심판을 고지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청구인(청구인이 수인일 때에는 최후로 심판을 고지받은 청구인)이 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4일이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5항, 가사소송규칙 제31조). 즉시항고할 수 있는 심판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있다(가사소송법 제40조).
즉시항고 기간이 경과하여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면 비로소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는데, 위와 같은 과정을 고려해 볼 때 법원에서 아무리 신속하게 심판을 한다고 해도 자녀가 출생한 날부터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마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가사소송법은 제45조의8을 신설하여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어머니의 전 배우자와 그 성년후견인(성년후견인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의 진술을 들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절차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심판 기간만을 놓고 보다면, 결국 자녀의 출생 후 1개월 내에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어 출생신고까지 마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서울가정법원의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허가 청구가 있은 때부터 심판이 나올 때까지 보통 6-7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법률상 부자관계의 소멸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재판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의 본질은 친생부인의 허가라는 제도 자체가 출생신고 기간의 위반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활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개정법의 이와 같은 구조는 결국 아동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규정되어 있듯이,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The child shall be registered immediately after birth).”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즉시’가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출생신고 기간이 날이나 주 단위로 정하여져야 하고, 월이나 연(年) 단위로 정하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명확하다(Schmahl, Kinderrechtskonvention, 2017, S. 131). 이렇게 볼 때 출생신고 기간을 1개월로 정하고 있는 우리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은 출생등록에 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동은 누구나 출생 후 신속하게 등록될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각국의 법률은 출생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출생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정한 범위의 사람이나 기관에 대하여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생신고 기간을 1개월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은 우리에 비하여 출생신고 기간이 훨씬 짧다. 예: 독일 7일, 프랑스 3일, 일본 14일, 오스트리아 7일, 스위스 3일.
그러나 개정법에 따르면, 출생신고 기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1개월이라는 기간 내에도,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법의 입법자들은,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가 전 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도, 모가 그 자녀를 일단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한 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만 하는 법구조가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개선입법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자녀가 태어난 경우, 이제 모는 그 자녀를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출생신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생부인의 허가를 받아 모의 혼인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개정을 통하여 모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는 해결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동의 기본권 침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법무부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854조의2 규정을 신설하였다면, 법체계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법무부와 국회가 제854조의2 규정과 가족관계등록법의 출생신고 기간이 조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와 같은 개정을 강행하였다면, 아동의 복리에 대한 기본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3) 인지의 허가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출생신고를 미루어야 하는 개정법의 문제점

개정민법 제855조의2 제1항에 따르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는 생부가 법원에 인지의 허가를 청구하여 심판이 확정되면 인지에 갈음하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녀에 대해서 이미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생부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판결이 확정된 후에만 생부는 그 자녀를 인지할 수 있다. 즉 생부가 자력으로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태어난 자녀는 모와 전 남편의 혼인중의 출생자의 지위를 가지므로, 모나 모의 전 남편(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1항은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父)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모의 전 남편은 이 규정의 부(父)에 해당한다)이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 그런데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에 따라 모나 모의 전남편이 자녀의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봉쇄된다.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청구하여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통상 1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따라서 모나 모의 전 남편이 가족관계등록법 규정에 따라 출생 후 1개월 내에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생부가 그보다 빨리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일단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출생신고를 한 이상 생부는 인지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더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가사소송규칙 제61조의2는 인지를 허가하는 심판에 대하여도 어머니 또는 어머니의 전 남편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자녀의 출생 후 1개월 내에 인지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어 출생신고를 마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1개월의 출생신고 기간 내에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야 한다.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자녀의 복리에 관심이 없어서 출생신고를 해태하거나 혹은 생부에게 인지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생부는 제855조의2 규정에 따라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결국 제855조의2 규정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기간 내에 정상적으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는 규정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출생신고에 관한 규정의 위반을 전제로 해서만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규정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의 출생신고에 관한 규정은 자녀의 기본적인 권리인 출생등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서 강행규정이다. 그런데 개정법의 입법자는 이 점을 무시한 채 가족관계등록법에 정해진 기간 내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였다. 이는 출생신고에 관한 현행법 규정의 위반을 조장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3.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과 인지허가 심판의 효력

4. 혼인관계 종료 후 출생한 자녀와 친생추정의 원칙
-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하여

(1) 문제의 제기

개정민법은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모의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한다(제844조 제1항, 제3항). 즉 그 자녀는 모와 모의 전 남편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가지게 되며, 모의 전 남편은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어 친생부인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자녀의 법률상의 부(父)의 신분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헌재결 2015. 4. 30. 2013헌마623)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되었으며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가 부(夫)의 친자일 개연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었다.”
혼인관계의 파탄과 그로 인한 이혼의 성립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혼인관계의 파탄은 장기간 진행되는 과정이며, 이혼으로 형식적인 혼인관계가 종료하기에 앞서 실질적인 부부관계는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근래에 들어 성적 자유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241조(간통) 위헌 결정(헌재결 2015. 2. 26. 2009헌바17 등), 부부관계가 이미 파탄되어 회복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제3자가 배우자의 일방과 부정한 행위를 하더라도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14. 11. 20.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우리사회에서 성적 자유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모가 이혼 후 300일 내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가 전 남편과의 혼인관계에서 포태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일반적인 경험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 볼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아래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참고가 될 수 있는 외국의 입법례를 소개한다.

(2) 외국의 입법례

1) 독일

독일민법은 모가 혼인 중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남편이 자녀의 부(父)라고 규정한다. 독일민법 제1592조 제1호. “Vater eines Kindes ist der Mann, der zum Zeitpunkt der Geburt mit der Mutter des Kindes verheiratet ist.”: 자녀의 아버지는 출생시에 그 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남자이다. 독일민법은 우리와 달리 모의 남편이 부(父)로 ‘추정된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자녀의 부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일단 부의 지위를 갖는다고 해도 생부가 따로 있는 경우에 재판을 통하여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혼인 중에 출생하면 충분하며, 포태의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출생시 기준의 원칙). Schwab, Familienrecht, 2015, S. 256; 모가 혼인 전에 임신한 경우에도 혼인성립 후에 출산하면 그 남편이 자녀의 부(父)가 된다. BT-Drucks. 13/4899, S. 83.

모가 혼인 중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만 그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되므로, 이혼 또는 혼인 취소 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설령 혼인 중에 포태되었다고 해도, 전 남편은 자녀의 부가 되지 않는다. 이혼의 성립에 앞서 일정한 기간 동안 포태된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BT-Drucks. 13/8511, S. 70.
따라서 이혼 성립 후 출생한 자녀는 일단 부가 없는 상태가 되며, 출생신고를 할 때에도 부는 기록되지 않는다. 부자관계는 임의인지나 부를 정하는 재판을 통하여 창설된다(전 남편이 생부인 경우에도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부자관계를 창설할 수 있다). 독일민법 제1592조 제2호, 제3호.
독일민법도 예전에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한 경우에는 이혼 후에 자녀를 출산하더라도 혼인중의 자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구 독일민법 제1591조, 제1592조. 모가 이혼, 혼인취소 등으로 인한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2일 내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는 혼인중의 자가 되었다.
1997년 친자법 개정 Gesetz zur Reform des Kindschaftsrechts vom 16. 12. 1997(1998. 7. 1. 시행).
에 의하여 현재와 같이 개정되었다.
다만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는 이와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 독일민법은 이런 경우에는 엄격한 출생시 기준의 원칙에서 탈피하여, 모의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혼인해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제1592조 제1호가 준용된다고 규정한다(독일민법 제1593조). 300일을 통상의 최장 임신기간으로 보고, 그 기간 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포태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사망한 남편이 그 자녀의 법률상의 부가 된다. 이와 같이 독일민법은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후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포태시를 기준으로 하여 부자관계를 정한다. 따라서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혼인해소의 날부터 300일 후에 모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남편의 사망 전에 임신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그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예를 들어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후 306일 만에 모가 자녀를 출산하였는데, 남편의 사망 전에 임신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사망한 남편이 그 자녀의 부가 된다). 만약 모가 자녀를 출산할 때 이미 재혼한 상태라면, 일단 현재의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제1593조 제3문). 그러나 재혼한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인용 판결이 확정되면, 사망한 전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제1593조 제4문).

2) 스위스

스위스민법도 부자관계의 발생에 관하여 독일민법과 유사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자녀의 출생시 그 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남자는 자녀의 부로 추정된다. 스위스민법 제255조. “Ist ein Kind während der Ehe geboren, so gilt der Ehemann als Vater.”: 자녀가 혼인중에 출생한 경우에는 모의 남편이 자녀의 아버지로 간주된다.
혼인 중에 출생한 것만으로 충분하며, 혼인이 존속한 기간이나 포태의 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된 후 출생한 자녀는 모의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경험칙에 비추어 모가 이혼 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 전 남편이 자녀의 아버지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Hegnauer, Grundriss des Kindesrechts und des übrigen Verwandtenschaftsrechts, 1999, S. 45.
원래 스위스민법은 혼인관계 종료(이혼, 사망 등을 포함한다)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구 스위스민법 제252조), Ist ein Kind während der Ehe oder innerhalb einer Frist vondreihundert Tagen nach Auflösung der Ehe geboren, so gilt es für ehelich. Bei späterer Geburt wird die Ehelichkeit nicht vermutet.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1998년에 현재와 같이 개정되었다(2000. 1. 1. 시행). Scheidungsrechtsrevision von 26. 6. 1998. Amtliche Sammlung des Bundesrechts 1999, S. 1136.
따라서 모가 이혼 후 출산한 자녀는 일단 법률상 부가 없는 상태가 되며, 부자관계는 임의인지나 재판을 통하여 창설된다. H. Hausherr/T. Geiser/R. E. Aebi-Müller, Das Familienrecht des Schweizerischen Zivilgesetzbuches, 2007, S. 259.

그러나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즉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종료된 후 300일 내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사망한 남편이 자녀의 아버지로 추정된다. 사망으로 혼인이 종료한 날부터 300일이 경과한 후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 포태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스위스민법 제255조 제2항).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후 모가 재혼하여 전 남편이 사망한 날부터 300일 내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현재의 남편이 자녀의 아버지로 추정된다(스위스민법 제257조 제1항). 친생부인 판결을 통하여 스위스민법상 친생부인의 소는 자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모의 남편과 자녀가 제기할 수 있다(스위스민법 제256조).
친생추정이 번복되면(스위스민법 제256조 이하) 사망한 남편이 자녀의 아버지로 추정된다(스위스민법 제257조 제2항).

3)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민법도 자녀의 출생 시 그 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남자를 자녀의 부로 규정한다. 또한 모가 남편의 사망 후 300일 내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그 남편을 자녀의 부로 규정한다(오스트리아민법 제144조 제1항). 오스트리아민법 제144조 제1항. “Vater des Kindes ist der Mann, der mit der Mutter im Zeitpunkt der Geburt des Kindes verheiratet ist oder als Ehemann der Mutter nicht früher als 300 Tage vor der Geburt des Kindes verstorben is.”: 자녀의 부는 자녀의 출생 시 모와 혼인관계에 있는 남자 또는 자녀의 출생 전 300일 이내에 사망한 모의 남편이다; 예전에 오스트리아민법은 “혼인성립 이후 이혼, 혼인취소, 무효 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중의 자로 추정한다”(2004년 개정 전 오스트리아민법 제138조 제1항)고 규정하여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2004년 개정에 의하여 ‘추정한다’는 표현을 버리고 현재와 같이 ‘모의 남편은 자녀의 부이다’라는 형식으로 바꾸었다. 그 후 2013년 오스트리아민법 개정(Kindschafts-und Namensrechts-Änderungsgesetz 2013)에 의해서 138조는 현재와 같이 144조로 바뀌었으나 내용면에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써 모의 남편은 단지 자녀의 부로 추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상 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의미는 있으나, 내용면에서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개정 전에 모의 남편이 자녀의 부로 ‘추정’된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에도 모의 남편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법률상 부의 신분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471 der Beilagen XXII. GP - Regierungsvorlage - Materialien, S. 14.

그러나 이혼이나 혼인의 취소, 무효를 원인으로 하여 혼인이 종료된 후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모의 전 남편은 자녀의 부가 아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일단 법률상 아버지가 없는 상태가 된다. 2001년 친자법개정 Kindschaftsrecht-Änderungsgesetz 2001(2001. 7. 1. 시행).
전에는 이혼 등으로 인한 혼인해소의 날부터 302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었으나(구 오스트리아민법 제138조 제1항), 이 규정은 더 이상 사회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정되었다(당시 오스트리아 신분등록관청의 조사에 따르면 이혼, 혼인 취소, 무효 등으로 혼인관계가 종료한 후에 모가 출산한 자녀가 전 남편의 자녀인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약 95%의 자녀는 전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자녀로 밝혀졌다). 296 der Beilagen zu den Stenographischen Protokollen des Nationalrates XXI.GP(Nachdruck vom 14, 12. 2000). S. 50.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이 해소된 날부터 300일이 경과하기 전에 모가 재혼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현재 혼인관계에 있는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오스트리아민법 제144조 제4항). 재혼한 남편(또는 자녀)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전 남편이 자녀의 법률상 부가 된다(오스트리아민법 제151조).

4) 네덜란드

모가 혼인 중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그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네덜란드민법 제199조 a호). Weber, Niederlande, in: Bergmann/Ferid/Henrich(Hrsg.), Internationales Ehe- und Kindschaftsrecht. Teil III B 11 v. 1.9.2008.
포태의 시기가 혼인전이라도 상관없다. 임신한 여성과 혼인하는 남자는 자녀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Breemhaar, Streit um die Abstammung im Niederländischen Recht, in: Spickhoff/Schwab/Henrich/Gottwald, Streit um die Abstammung – ein europäischer Vergleich - , 2007, S. 153.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된 날부터 306일 내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사망한 전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네덜란드민법은 최장 임신기간을 306일로 설정한다). 그 사이에 모가 재혼한 경우에도 전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는 점에는 영향이 없다(네덜란드민법 제199조 b호 1문. 이 점에서 위에서 본 세 나라의 입법례와 구별된다).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된 날부터 306일 내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는 모의 전 남편은 자녀의 부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구민법에는 이혼으로 인한 혼인해소의 경우에도 전 남편이 자녀의 부로 추정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1997년 민법개정(1998. 4. 1. 시행)에 의하여 삭제되었다. 이혼 후에 자녀가 태어난 경우에는 전 남편의 자녀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5. 정리 및 시사점

ⅰ) 위에서 본 외국의 입법례 이외에도 노르웨이(1981년 노르웨이 친자법 제3조), 덴마크(2001년 덴마크 친자법 제1조), 스웨덴(1977년 이후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 적용됨. Giesen, Schweden, in: Bergmann/Ferid/Henrich(Hrsg.), Internationales Ehe- und Kindschaftsrecht. Teil III A 32 v. 1.7.2013.) 역시 이러한 입법태도를 취하고 있다.
에 나타난 공통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① 모가 혼인 중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그 남편을 자녀의 부로 규정하며, 포태의 시기가 혼인 전이라도 관계없다(출생시 기준의 원칙). ② 따라서 모가 이혼(혼인 취소, 무효)으로 인한 혼인관계의 종료 후에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비록 혼인 중에 임신하였다고 해도, 전 남편은 그 자녀의 부로 추정되지 않는다. ③ 다만 남편의 사망으로 혼인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어, 모가 남편의 사망 후 300일(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또는 306일(네덜란드) 내에 자녀를 출산한 때에는 사망한 전 남편이 자녀의 부가 된다. ④ 위의 나라들도 예전에는 이혼 후 일정한 기간(스위스: 300일, 독일, 오스트리아: 302일, 네덜란드: 306일) 내에 모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이루어진 개정에 의해서 전부 삭제되었다. 그 이유로는 ① 일반적인 경험칙에 비추어 모가 이혼 후 출산한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가 이혼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출산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할 경우, 일단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한 후 친생부인 판결을 받아 자녀의 신분등록부를 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ⅱ) 2017년에 개정된 우리민법 제844조 제3항은, 개정 전과 다름없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여기서 혼인관계 종료란 이혼, 혼인취소 등으로 인한 생전의 종료와 사망으로 인한 혼인해소를 포함한다. 그런데 우리의 변화한 사회현실에 비추어 볼 때 모가 이혼 후 300일 내에 자녀를 출산하였다면 전 남편의 자녀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정민법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규정을 그대로 존속시킨 결과(이에 따라 그 자녀는 출생과 동시에 전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가지게 된다), 출생신고 의무자인 모(또는 모의 전 남편)가 출생신고를 할 때 그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될 수밖에 없다. 개정민법의 입법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 남편의 혼인중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는 것을 미루고 친생부인의 허가를 받아 모의 혼인외의 자로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이와 같이 재판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출생신고 기간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외국에서도 모가 이혼 후 출산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일단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한 후 친생부인 판결을 받아 자녀의 신분등록부를 정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친생추정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였으나, 그 방향은 우리와 크게 달랐다. 출생시 기준의 원칙을 채택한 결과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만이 모의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고, 이혼 후 출생한 자녀는 더 이상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지 않았다. 이혼 후 출생한 자녀는 일단 법률상 부가 없는 상태가 되므로, 출생신고를 할 때도 부는 기록되지 않는다. 법률상 부자관계는 자녀의 출생신고 이후 생부(전 남편 또는 제3자)의 임의인지 또는 부자관계를 창설하는 재판절차를 통하여 발생한다.
외국의 입법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혼 후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도록 하려면, 그 전제로서 그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원칙을 폐기하여야 한다. 모가 이혼 후에 출산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지 않는다면, 출생 시에 모는 확정되지만 법률상의 부는 정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출생신고를 할 때에도 법률상의 부는 기록되지 않으며, 출생신고 후 임의인지 또는 재판상 인지에 의해서 법률상의 아버지가 확정될 것이다(모와 생부가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여 공동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면 출생신고 후 즉시 생부가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 민법이 개정된다면 모의 기본권도 침해되지 않고 자녀의 출생등록권 침해로 인한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문제를 먼저 경험한 외국에서 개정민법과 유사한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른바 선진국에서 아동의 기본적인 인권을 희생시키는 방식의 입법이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개정민법과 같이 출생신고 의무자의 선택에 따라 혼인중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고, 재판을 거쳐 모의 혼인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는 법체계는 혼인중의 자로 출생신고 하는 것을 미루어도 무방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자녀의 출생신고를 미룬 채 재판을 통하여 자녀의 신분을 결정하고 나서 비로소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더구나 이러한 방식을 법제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III.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법리에 대한 검토

1. 혈연(유전자형)의 배치와 제844조 친생추정의 관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며,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법하다. 대법원 2012. 10. 11. 2012므1892 판결; 대판 2000. 8. 22. 2000므292; 대판 1997. 2. 25. 96므1663 등.
그런데 하급심 판결 중에는 이와 달리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전개하면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인용한 것이 적지 않다(“동서의 결여로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와 달리 보다 더 과학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는 유전자검사 등에 의하여 부의 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까지 그 추정이 미친다고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부부 사이의 동서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가정법원 2016. 9. 21. 2015르1490 판결; 창원지방법원 2015. 4. 10. 2014드단21841 판결 등.

위와 같은 법리는 민법상 친생추정에 관한 규정이 제정될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의 존재여부를 거의 100% 가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친생추정에 관한 제844조의 기본적인 입법취지가 민법제정 당시와 거의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해석론은 실정법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제844조는 모의 혼인 중의 임신이라는 사정에 기초하여 모가 낳은 자녀를 그 남편의 자녀로 추정함으로써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그의 법률상의 아버지를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실에서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그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제844조에 따른 친생추정의 효과가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844조는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음을 예상하고, 그러한 경우까지도 포함하여 친생추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이해된다. 이 점은 친생추정제도와 친생부인제도의 관계를 살펴보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는 - 그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 제844조에 따라 일단 친생추정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그 자녀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그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발생한다. 그러나 민법은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친생부인에 관한 규정을 두어서 혈연과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친생부인제도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제844조에 따라 일단 친생추정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친생추정의 효력에 따라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일단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형성의 소인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서 그 관계를 소멸시키도록 한 것이다(친생부인의 소가 형성의 소라는 사실은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경우에도 일단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발생, 성립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형성판결인 친생부인판결에 의해서 출생과 동시에 성립하였던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출생 시로 소급하여 소멸하기 때문이다. 이시윤, 신민사소송법(2019), 209면. 친생부인청구는 소급적 형성의 소로서 소급적으로 권리를 변동시키는 것이다.
).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하급심 판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론은 우리 민법체계와 조화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 친생부인제도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일단 친생추정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 성립된 법률상의 부자관계는 형성판결인 친생부인판결 다만 혼인관계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태어난 자녀의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통하여 친생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제854조의2). 이 경우에는 친생부인허가 심판의 확정에 의해서 친생부인의 효력이 발생한다.
에 의해서 자녀의 출생 시로 소급하여 소멸하기 때문이다.

2.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子)’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

(1)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

“동서의 결여로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서도, 이와 달리 보다 더 과학성 및 객관성이 담보되는 유전자검사 등에 의하여 부(夫)의 자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경우까지 그 추정이 미친다고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하급심 판결의 법리는 일견 논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어느 범위까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1983년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1983. 7. 12. 82므59 전원합의체판결.
이래, 동거의 결여로 인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적용해 왔다.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추정을 받지 않는 자’(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이 되기 전에 출생한 자녀. 제844조 제2항)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므로, 친생부인의 소가 아니라 물론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에 대해서도 모나 모의 남편이 제소기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도 혼인성립의 날부터 200일 후에 태어난 경우에는 제844조에 따라 형식적으로 친생추정을 받기 때문이다.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로써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 걸림돌이 되는 단기의 제척기간(1983년 전원합의체판결 당시에는 자녀의 출생을 안 날부터 1년으로 되어 있었다. 2005년 민법개정에 의하여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변경되었다.
)을 피해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호적(2008년 이후에는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부자관계를 말소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가 친생추정에 관한 제844조의 해석과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지금까지 비교적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친생추정제도의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적용이 가능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생추정제도의 기본적인 입법취지는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데, 판례가 채용하고 있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 사례는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여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된 상태에 있는 경우(그 대표적인 경우가 사실상의 이혼상태라고 할 수 있다)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지켜야 할 ‘가정의 평화’가 존재하리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그러한 상태에서 태어난 자녀를 (아내와 형식적인 혼인관계에 있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해서 그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발생시킨다고 해도 자녀의 복리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모와 자녀의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생부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1983년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면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와 제소기간의 범위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으나, 이로 인하여 친생추정제도의 입법취지가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부부의 동거가 결여된 상태에서 태어난 자녀에 한정하여 적용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부자간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子)’의 법리를 적용하면 생기는 문제점

그런데 이와 달리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와 같이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까지 이 법리를 확대적용하게 되면, 친생추정제도의 입법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인은 누구나 기간의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모와 모의 남편이 가정을 유지하면서 자녀(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하였으나, 그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례에서는 자녀의 복리나 가정의 평화가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가 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부부가 합의하여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생부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판결이 확정된 후 자녀를 인지한다면 가정의 평화는 물론이고 자녀의 복리도 보호될 수 없다. 창원지방법원 2015. 4. 10. 2014드단21841 판결: 피고 1(자녀)의 모는 피고 2(남편)와 혼인 중에 원고(생부)와의 혼외관계에서 피고 1을 임신, 출산하였다. 피고 1은 모와 피고 2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로 출생신고가 이루어졌으며, 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모와 피고 2가 양육하고 있다. 원고는 자신이 피고 1의 생부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서 피고 2는 “피고 1은 혼인 중에 포태되어 자신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친생부인에 의하여만 부자관계가 해소될 수 있어 피고들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전개하면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인용하였다.
또한 위와 같은 사례에서 부부가 자녀를 10년 이상 공동으로 양육해오다가 이혼을 계기로 남편이 변심하여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서울가정법원 2016. 9. 21. 2015르1490 판결: 피고(자녀)의 모는 원고(전 남편)와 혼인 중에 피고를 임신, 출산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자신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고 16년간 양육해왔으나, 이혼을 계기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전개하며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된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를 인용한다면 이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부부가 이미 이혼한 상태이므로, ‘가정의 평화’라는 법익의 보호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실제로 자녀의 복리 침해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으나, 자녀의 가족관계와 법률상의 신분이 언제든지 이해관계에 따라 부정되고 변동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자녀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부모의 이혼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서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녀의 신분 변경이 허용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론에 따르면 자녀의 가족관계와 법률상의 신분은 일생에 걸쳐 유동(流動)적인 상태로 머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양육과 공동생활을 거쳐 수십 년간 실질적인 부자관계를 유지한 경우에조차도 당사자인 부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제3자(예를 들어 법률상의 아버지와 재혼한 처)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판결이 확정되면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부자관계가 하루아침에 부정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 2011. 8. 12. 2010드단17939 판결: 피고(아들)의 모는 남편 A와의 혼인 중에 피고를 임신, 출산하였다. 피고의 모는 피고를 출산한 후 2년쯤 지난 시점에서 남편 A와 이혼하였다. 이혼 후 피고의 양육은 A가 맡았으며, A는 원고와 재혼한 후에도 계속해서 피고를 양육하였다. A는 원고와 약 50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사망하였다. 원고는 A의 사망 후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유전자검사 결과 피고(아들)와 A 사이에는 친생자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유전자검사결과를 근거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인용하였다.

물론 하급심에서도 불합리한 결론을 피하기 위하여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을 가하기도 하지만(예를 들면 하급심 판결 중에는 혼인의 해소 또는 파탄을 전제로 위의 법리를 적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가정법원 1994. 7. 15. 93드89828 판결; 서울가정법원 1995. 5. 30. 94드61789 판결 등.
), 위의 법리를 적용하는 모든 하급심에서 이러한 경향이 일관적으로 관철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이는 부자간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있어서 법관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법원과 법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하급심 법원에 따라서는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사안에서 위의 법리를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와 같이 단지 유전자검사결과에 근거하여 부자관계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게 혈연진실주의에 경도된 것으로서 현행 민법체계와는 조화되지 않는다. 현행 민법상 친생추정제도는 혈연의 진실 이외에도 가정의 평화, 자녀의 복리와 같은 법익을 균형 있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전제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자간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리를 제한 없이 적용하는 경우에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복리도 실현될 수 없다. 남편의 동의하에 아내가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여 자녀를 임신, 출산한 경우에도 제844조에 따르면 그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그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성립한다. 그런데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는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의 법리에 따르면 이해관계인은 누구나 기간의 제한도 받지 않고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가족관계와 법률상 신분은 일생동안 안정되지 못하고 언제든지 부정, 변동될 수 있다(자녀 본인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물론 이와 같이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하급심 법원에서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에 대해서 위의 법리를 적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서울고등법원 1986. 6. 9. 86르53 판결; 서울가정법원 2011. 6. 22. 2009드합13538 판결; 서울가정법원 2016. 9. 21. 2015르1490 판결 등.
이러한 경향 역시 모든 하급심 법원에 통일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가정법원 2002. 11. 19. 2000드단53028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6. 4. 20. 2015드단509211 판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리가 갖는 결정적인 약점은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하급심 판결은 혼인의 파탄을 전제로 하여 위의 법리를 적용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피해가고 있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반대로 이 법리가 자녀의 복리 실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생부가 인지의 의사를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나 자녀의 모 또는 그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생부는 스스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자녀를 인지하여 부자관계를 창설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가정법원 2017. 2. 16. 2016드단55628 판결 참조.
어떠한 법리가 보편타당성을 확보하려면 어떠한 사안에서든지 그 법리를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리는 어떤 사안에서는 자녀의 복리에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사안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동일한 법리를 적용했을 때 사안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 법리에 간과할 수 없는 흠결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실무에서 앞으로도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법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한계로서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이 위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한계를 명확히 한다고 해도 친생추정제도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이론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소권자와 제소기간의 제한으로 인하여 자녀의 복리가 침해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적어도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규정이 개정될 때까지는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대전가정법원 2017. 2. 16. 2016드단55628 판결 참조.

(3) 외국의 입법례

IV.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그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면 친생자관계는 성립하지 않지만 양친자관계의 성립은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에 대한 검토

1.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입양

(1) 하급심 판결 중에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면서도, 출생신고에 의하여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였다는 법리를 전개하면서 파양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각하한 것이 있다. 서울가정법원 2016. 9. 21. 2015르1490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1. 8. 12. 2010드단17939 판결도 이러한 법리를 긍정하고 있으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를 인용하였다.
이러한 법리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그 자녀는 처음(출생 시)부터 당연히 모의 남편의 친생자(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출생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하는 것은 우리 법체계에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은 외국의 입법례도 마찬가지이다. 비교법적으로 고찰해 보아도 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하는 것이 가능한 입법례는 없다. 독일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았으나, 처음부터 당연히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었으며, 반대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다(Frank/Staudinger, § 1741 Rn. 54). 반면에 자신의 혼인외의 자를 입양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석되어 왔으며, 1969년 민법개정 시 이러한 해석론을 반영하여 자신의 혼인외의 자를 입양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이 도입되었다(구 독일민법 제1742a조 제1문. 이 규정은 1976년 개정에 의하여 내용의 변경 없이 제1741조 제3항 제2문이 되었다). 그러나 1997년 친자법개정에 의해서 이 규정은 폐지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혼인중의 자와 혼인외의 자 사이에 법적인 차별이 없어진 상태에서 굳이 자신의 친생자인 혼인외의 자를 입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 이 법리는 위와 같은 경우에 모의 남편을 그 자녀의 아버지로 하여 이루어진 출생신고를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로 보는데, 이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는 경우 그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데 근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피상적으로 살펴보면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민법상 친생추정의 원칙과 입양의 요건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2) 민법상 친생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그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고, 그 사이에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성립한다. 이에 따라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그 남편의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가지게 된다. 설령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된다고 해도 친생추정의 효력에 따라 그 자녀가 모의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는다는 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모나 모의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판결이 확정되면 출생 시로 소급하여 부자관계가 소멸하고, 그 때 비로소 자녀의 신분이 혼인중의 자에서 혼인외의 자로 변경될 뿐이다.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그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설령 이러한 법리에 따라 그 자녀를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로 분류한다고 해도 그 자녀의 신분이 혼인외의 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상으로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 실무상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란 부부간의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신, 출산한 자녀를 말한다.
는 혼인중의 자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혼인외의 자가 아니라 부부의 혼인중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며 출생신고서와 가족관계등록부의 부(父)란에는 모의 남편이 기록된다. 법원행정처, 가족관계등록실무〔I〕, 500면.

그런데 일부 하급심 판결의 법리에 따르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여기서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 출산하였으나 모의 남편과 혈연이 배치되는 자녀를 말한다)와 모의 남편 사이에는 처음부터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진 때에는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하여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여 양친자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법리는, 모의 남편이 제844조에 따라 친생추정을 받지만 혈연이 배치되는 자녀(위의 하급심 법리에 따르면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를 입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모의 남편과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출생과 동시에 모의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모의 남편이 위의 하급심 법리에서 말하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를 입양한다는 것은 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하는 것이 되는데, 우리 법체계상 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또 아무런 실익도 없다(입양에 의해서 양자는 양친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게 되는데, 자신의 혼인중의 자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입양에 의해서 자녀의 신분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우리 실무에서 자신의 혼인외의 자를 입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입양에 의하여 혼인외의 자의 신분이 혼인중의 자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30호(친생자 입양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하여 입양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 대법원 1977. 7. 26. 77다492 전원합의체판결.
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어서 입양신고만 하면 입양이 성립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입양신고를 하는 대신 친생자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 입양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법리는 원래 입양신고에 의해서 입양이 성립될 수 있는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 모의 남편이 그 자녀에 대해서 입양신고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 출생신고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모와 모의 남편에게는 출생신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47조).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남편을 아버지로 하여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며, 자녀는 혼인중의 자녀로 분류되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모의 남편이 자녀의 부(父)로 기록된다.
에 의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미 자신의 혼인중의 자로 등록되어 있는 자녀를 입양하겠다는 취지의 입양신고가 수리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입양신고에 의해서 입양할 수 없는 자를 출생신고의 방법으로 입양할 수 없다는 점도 또한 분명하다. 양친자관계를 발생시키려는 경우 입양신고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며,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예외를 인정하여 준 것에 지나지 않는데, 입양신고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 친생자 출생신고의 방법에 의해서 양친자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렇다면 출생신고에 의해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와 모의 남편 사이에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보는 법리는, 처음부터 그러한 사안에서는 입양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의견 현소혜, 부자관계의 결정기준: 혼인과 혈연, 가족법연구 제33권 2호(2019), 71면은 “자녀의 출생 후 사회적 친자관계를 형성해 온 모의 남편은 그 사회적 친자관계가 입양허가제 도입 전인 2013년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것이라면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에 의한 입양 법리에 따라, 입양허가제 도입 후인 2013년 이후에 성립된 것이라면 별도로 입양허가심판이나 친양자입양허가심판을 받음에 따라 자신이 법률상 부로서의 지위를 확정적으로 취득하였음을 생부에게 항변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2. 입양의 대상이 되는 자녀 - 법적인 친생자와 생물학적인 친생자의 구별

(1) 위의 하급심 법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점은 생물학적인 의미에서의 ‘친생자’와 법적인 의미에서의 ‘친생자’ 개념의 구별이다.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그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관계가 발생한다.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법률상 친생자관계의 성립을 저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와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이런 경우에 양자를 일치시키려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소멸시킨 후 임의인지나 재판상 인지를 거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와 일치하는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창설해야 한다). 위의 하급심 법리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없으므로, 모의 남편이 그 자녀를 입양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의 존부를 기준으로 하여 입양의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것(즉 양친이 될 사람과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없으면 입양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우리 민법체계와 맞지 않는다.
입양의 본질은 양친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타인의 자녀를 입양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우리 민법도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자가 될 사람이 자신의 자녀가 아닌 타인의 자녀이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이는 입양의 본질에 비추어 너무나 당연한 사리이기 때문에 굳이 규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여기서 양자가 될 사람이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 타인의 자녀이어야 한다고 할 때, ‘자신의 자녀’와 ‘타인의 자녀’란 법적인 의미인가 아니면 생물학적인 의미인가? 몇 가지 예를 보면 입양의 대상이 되는 자녀의 개념은 생물학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갑(모)이 을(남편)과의 혼인 중에 자녀 병을 임신하여 출산하였으나, 실제로 갑은 정(생부)과의 혼외관계에서 병을 임신하였다. 이런 경우에 병은 을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을의 혼인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갖는다(제844조). 갑과 을은 가족관계등록법(제46조 제1항)에 따라 병의 출생신고를 할 의무가 있으며(이 경우의 출생신고는 ‘허위의’ 출생신고가 아니다. 병과 갑 사이는 출산에 의하여 당연히 법률상 모자관계가 발생하고, 병과 을 사이에서는 병은 을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역시 출생과 동시에 법률상 부자관계가 발생하므로, 병을 갑과 을 부부의 혼인중의 출생자로 신고하는 것은 법률상의 친자관계에 부합하는 출생신고이다. 일부 하급심은 이런 경우의 출생신고를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라고 보는데, 이는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와 법률상의 친자관계에 대한 혼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생신고는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아니라 법률상의 친자관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위의 예에서 병이 출생하였을 때 생부인 정을 아버지로 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출생신고를 마치면 병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을의 자녀로 기록된다. 이러한 경우에 을은 법률상 자신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는 병을 입양할 수도 없고, 또 입양을 해야 할 실익도 없다. 반면에 병의 친권자인 갑과 을 친생추정의 효과에 따라 을과 병 사이에는 법률상 부자관계가 발생하므로, 을도 갑과 더불어 공동친권자가 된다. 따라서 병이 입양될 때에는 갑뿐만 아니라 을도 법정대리인으로서 입양을 승낙하여야 하며, 을의 입양승낙을 결여한 때에는 그 입양은 무효가 된다. 을은 병의 친권자가 될 뿐 아니라 부양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나아가 을과 병 사이에는 상속관계도 발생한다. 요컨대 법률상 친자관계에 따른 모든 권리의무관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의 입양승낙 등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지면 생부인 정은 자신의 생물학적인 자녀인 병을 입양할 수 있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는 점은 양친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법률상의 친생자(혼인중의 자)는 입양할 수 없으나, 자신의 생물학적인 친생자는 입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대리모계약의 경우를 들 수 있다. A(아내), B(남편) 부부와 C(대리모)가 합의하여 A의 난자와 B의 정자로 형성된 수정체를 C의 자궁에 착상시키고, C가 자녀를 출산하면 A, B 부부에게 인도하기로 하였다. 우리 법체계에서 이런 경우에 C가 자녀 D를 출산하면 D와 C 사이에 법률상의 모자관계가 발생한다. 생물학적인 부모는 A와 B이지만, 출산에 의해서 A, B와 D 사이에는 법률상 친생자관계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런 경우에 A, B, C가 협의하여 D와 A, B 사이에서 법률상 친자관계를 발생시키고자 하다면 A, B 부부가 공동으로 D를 입양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 서울가정법원 2018. 5. 9. 2018브15 결정.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양친될 사람과 양자될 사람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있어도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입양이 가능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입양이 가능하지 않다(예를 들어 대리모는 자신이 낳은 자녀를 입양할 수 없으며, 또 입양을 해야 할 실익도 없다. 비록 그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는 없지만 출산에 의해서 대리모와 대리모가 낳은 자녀 사이에는 이미 법률상의 모자관계가 성립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C가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D를 임신, 출산하였다면 D는 C의 혼인외의 자가 되므로, C가 원한다면 D를 입양하는 것이 가능하다(우리 법체계상 자신의 혼인외의 자를 입양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30호(친생자 입양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참조).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여 임신, 출산한 경우에 남편이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를 입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따라서 이 견해에 의하면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와 법률상 부(父)의 부자관계는 파양에 의해서 해소될 수도 있다고 한다), 차선자, 친생추정의 법리와 혈연 진정성, 가족법연구 제33권 2호(2019), 13면; 김천수, 인공수정에 관한 법적 고찰, 민사법학 제21권(2002), 107면은 “혈연상의 부가 되는 정자제공자의 제공의 행위에는 민법 제869조의 입양승낙(代諾)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고 수정으로 인하여 그 의사는 철회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라는 이론구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입양의 의사표시는 자녀가 출생한 후에만 할 수 있는 것이므로(우리 법체계상 태아를 입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장래에 태어날 태아를 입양한다는 의사표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론구성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은정, 인공수정에 대한 입법론적 고찰, 가족법연구 제19권 2호(2005), 89면의 “夫의 동의는 입양의 의사로 볼 수 있으며 인공수정의 시술절차가 민법상 친양자의 성립절차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서술에도 유사한 문제가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입양은 이 세상에 태어난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는 인공수정에 대한 동의를 입양의 의사표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친양자 입양은 가정법원의 허가심판에 의해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관여하지 않는 인공수정의 시술절차가 친양자의 성립절차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보인다; 권재문, 보조생식시술에 대한 표현부의 동의의 의미와 효과, 동아법학 제43호(2009), 353면은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양친자관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견해에 찬성하면서, 다만 “양자관계에 준하는 관계를 인정하면 자녀 출생 당시에는 일단 아버지가 없는 상태가 된다는 문제가 야기된다”고 한다. 이 주장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여 임신, 출산한 경우에 그 자녀는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되고(출생 당시 아버지가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우리 법체계상 그 자녀가 혼인외의 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남편의 출생신고에 의해서 입양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아내가 혼인 중에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여 임신, 출산한 자녀가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는 것은 제844조와의 관계에서 무리한 해석이다. 나아가 이러한 주장대로 그 자녀가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고 하면 그 남편에게는 출생신고의 의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설령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를 넓게 해석하여 모의 남편에게 출생신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여도, 모의 남편이 출생신고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입양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으므로, 그 자녀는 모의 남편(제3자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의 의사에 따라 아버지가 없는 상태, 즉 혼인외의 자의 신분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된다(자녀는 정자제공자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도 없다). 이러한 결과가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는 점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견해 역시 법적인 친생자와 생물학적인 친생자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가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이용하여 임신, 출산한 자녀도 제844조에 따라 당연히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가지게 되며, 출생과 더불어 그 사이에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발생한다. 인공수정자에 대한 명문의 규정을 둔 외국의 입법례도 대부분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법적인 부(父)에 의한 친생부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민법 제1600조 제4항, 오스트리아민법 제148조 제3항, 스위스민법 제256조 제3항, 벨기에민법 제318조 제4항, 프랑스민법 제311-20조 제2항, 그리스민법 제1471조 제2항 등.
이런 사안에서 남편이 출생신고에 의하여 그 자녀를 입양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모의 남편과 그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인 친자관계가 없으므로, 입양이 가능한 관계라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의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는 제844조 친생추정의 원칙에 따라 출생과 동시에 모의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가지게 되므로, 모의 남편이 입양을 할 수도 없거니와 또 굳이 입양을 해야 할 실익도 없다(따라서 파양에 의해서 그 부자관계를 해소한다는 것도 처음부터 생각할 수 없다). 입양신고에 의해서 입양할 수 없는 자녀를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해서 입양할 수 없음은 이미 위에서 언급하였다.

(2)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를 모의 남편이 입양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법리는 그 자녀가 부부의 혼인중의 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부부의 혼인중의 자를 부부의 일방인 남편이 입양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하급심 법리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라고 해도 모의 남편과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법률상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부의 혼인 중의 자를 부부의 일방인 남편이 입양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내의 혼인외의 자를 그 남편이 입양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된다고 해서 그 자녀가 당연히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는 해석은 민법상 친생추정의 원칙과 도저히 조화될 수 없는 것이다(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 그 자녀가 출생 시부터 당연히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고 해석한다면, 혼인외의 자의 생부가 별도의 사전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인지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에서 생부의 임의인지가 가능하지 않음은 굳이 자세한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친생추정의 원칙에 따라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도 그 자녀는 출생과 더불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혼인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가지게 된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모 또는 모의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판결이 확정되면 출생 시로 소급하여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소멸하고, 그 자녀의 신분도 혼인중의 자에서 혼인외의 자로 변경될 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 그 자녀가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모의 남편이 그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고 보는 하급심 법리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된다.

VI. 맺음말

1. 친생추정에 관한 2017년 개정민법 규정은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출생신고에 관한 가족관계등록법 규정과 조화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개정민법은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를 모의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제844조 제1항, 제3항)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 하는 것을 미룬 상태에서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을 받아 모의 혼인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854조의2). 그러나 이와 같이 재판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1개월의 출생신고 기간을 준수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개정민법 제854조의2 규정은 출생신고에 관한 가족관계등록법 규정뿐만 아니라 “아동은 출생 직후 등록되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도 충돌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한편 개정민법은 제854조의2 규정과는 별도로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생부가 인지허가의 심판을 받아 혼인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는데(제855조의2), 이 규정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하려면 그 전제로서 출생신고 의무자인 자녀의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야 한다(모나 모의 전 남편이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면 생부는 더 이상 인지의 허가를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생부가 인지허가의 심판을 받아 혼인외의 자로 출생신고를 하는 데까지는 통상 1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그 때까지 출생신고 의무자인 모와 모의 전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있어야만 생부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만약 그 사이에 모나 모의 전 남편이 출생신고 기간을 준수하기 위하여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설령 생부가 법원에서 인지허가의 심판을 받았다고 해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결국 개정민법 제855조의2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출생신고 기간의 위반을 전제로 하여 설계된 규정인데, 그 배경에는 출생신고 기간은 굳이 준수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아동의 기본적 권리인 출생등록권을 무시하는 규정이 법무부에 의해서 마련되어 아무런 논란 없이 국회를 통과하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2017년 개정민법 규정은 아동의 인권에 대한 국가기관의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둘째, 개정민법은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과 인지허가의 심판이 확정되는 경우에 발생하는 효력에 관하여 각각 규정하고 있는데(제854조의2 제3항, 제855조의2 제3항), 이는 기존의 판례, 학설과 조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정민법의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친생부인 허가 심판의 효력에 대해서 본다. 개정민법에 따르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지만(제844조 제1항, 제3항),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한다(제854조의2 제3항). 이를 달리 표현하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일단 전 남편의 혼인중의 자가 되지만,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신분으로 변경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기존의 판례, 학설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개정민법의 체계 내에서도 조화로운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개정민법의 전반적인 취지와 체계를 고려하여 보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일단 전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지만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면, 친생부인의 효력이 발생하여 모의 혼인외의 자가 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제854조의2 제3항은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는 경우, 그 자녀는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란 부모의 혼인 중에 출생한 자녀이지만, 동거의 결여로 인하여 모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에서 출산한 자녀를 말한다. 이와 같이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는 일단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는 자녀로서 혼인외의 자와는 개념상 명확히 구별된다. 따라서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가 친생부인의 허가 심판이 확정되면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가 된다는 제854조의2 제3항 규정은 입법상의 중대한 오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민법은 인지허가 심판의 효력에 있어서도 이와 동일한 입법상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개정민법에 따르면 혼인관계 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지만, 생부가 인지허가의 심판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한다(제855조의2 제3항). 생부가 인지의 허가를 받아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에 인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로써 생부와 자녀 사이에 부자관계가 창설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하다. 인지허가 심판의 확정에 의하여 자녀는 혼인외의 자가 되고,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생부의 출생신고에 의해서 혼인외의 자를 인지하는 효력이 발생하는 것임에도, 개정민법은 인지허가 심판에 따른 생부의 출생신고에 의해서 그 자녀가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가 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 자체에 내재해 있는 모순이 입법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보편적인 외국의 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민법 역시 제844조에서 친생추정의 원칙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그 사이에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발생한다.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법률상 친생자관계의 성립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따라서 친생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법제 하에서는 생물학적인 친자관계와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가 친생부인제도이다. 친생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들은 친생부인에 관한 규정도 함께 두고 있는데, 각국의 친생부인제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의 범위와 제소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혈연과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와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인위적으로 존속시키려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혈연과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으며, 이는 결국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의 범위와 제소기간을 확대하는 법개정으로 귀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법개정에 의해서 원고적격자의 범위와 제소기간의 제한을 포기한 입법례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와 제소기간은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다.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의 법률상의 신분(법률상의 부자관계)을 누구나 기간의 제한 없이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하급심 판결 중에는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유전자형)이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은 누구나 기간의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러한 법리는, 결국 사안에 따라서는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이 법리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때에는 친생추정에 관한 제844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제844조의 적용을 받으면 그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의 추정을 받는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자녀에 대해서는 제846조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입법론으로 주장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해석론으로서는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를 취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특히 자녀의 복리 침해)을 피하기 위하여 하급심 중에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경우에 친생자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나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출생신고에 의해서 입양의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파양사유가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 있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관계가 배치되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친생추정의 효력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는 혈연의 배치여부와 관계없이 출생과 더불어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부부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는다. 위의 하급심 법리는,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모의 남편이 그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는 - 혈연의 배치여부와 관계없이 - 출생과 더불어 모의 남편의 혼인중의 자의 신분을 갖게 되므로, 모의 남편이 그 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경우에 출생신고에 의해서 입양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 하급심 법리는 민법상 친생추정의 원칙과 조화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양의 요건과도 맞지 않는다.

3. 민법에 친생추정제도가 존재하는 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은 피할 수 없다. 민법은 이러한 경우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혈연관계와 배치되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게 하였으나, 원고적격자의 범위와 제소기간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서 혈연의 진실에 맞지 않는 부자관계의 성립과 존속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1983년에 해석론으로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가 등장하였다. 부부가 별거하여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녀를 임신, 출산한 경우, 그 자녀는 형식적으로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친생부인의 소가 아니라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론은 친생추정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친생추정제도와 친생부인제도의 엄격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일부 하급심에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모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낳은 자녀와 모의 남편 사이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친생추정제도의 입법취지 ?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 보호 ? 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만약 실무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법리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한계로서 적어도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는 친생부인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하급심에서 부자간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적용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민법상 친생부인에 관한 규정만으로는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의 복리나 가정의 평화가 문제 되지 않는 사안에서도(또는 오히려 자녀의 복리 실현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법률상의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필요가 있는 사안에서도) 원고적격자의 범위 제한 등으로 인하여 친생부인소송에 의해서 부자관계를 소멸시킬 수 없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자의 범위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부와 자녀에게 친생부인권을 인정하되 자녀의 경우에는 가정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생부의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와 자녀가 속한 가정의 평화를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면, 친생추정제도의 입법취지와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혈연진실주의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김상용, 가족법과 혈연진실주의, 법철학연구 제22권 제1호(2019), 182면 이하 참조.

우리 하급심 법원에서 부자간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확대 적용하게 된 데에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큰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일부 하급심에서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자’의 법리를 부자간에 혈연이 배치되는 사안에 적용한 것은 - 여러 가지 무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고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하급심 법리가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 조화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해석론을 전개함에 있어서는 기존 법체계와의 조화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며,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한다면 해석론이 아니라 입법론으로 주장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