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년을 향해 (19)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민국 법률구조의 역사

상담소는 지난 2016년을 창립 60주년의 해로 보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법률구조 기관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백년을 향해 나아간다는 전망을 세운 바 있다. 이러한 전망의 토대로 삼고자 상담소의 역사를 바로 알고 널리 알리기 위해 상담소의 연대기를 연재한다. 상담소는 지난 2009년 「번민하는 이웃과 함께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50년사」를 펴낸 바 있으며, 이 연재는 이를 기초자료로 하였다.

조사·연구사업과 인권운동 (2)

아동과 노인의 인권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아동의 인권과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문제는 가정문제를 다루는 상담소와도 관련이 깊었다.
가정의 평화가 깨지면 자기의 의사와 관계없이 피해를 크게 보는 것은 그 가정의 자녀이다. 그러나 아동은 가정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행위의 주체가 아닌 만큼 그 문제의 처리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상담소는 갈등이 있는 가정에서 대두되는 아동의 인권과 그 보호책에 대해서 1960년대부터 줄곧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아동의 인권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법률제정과 사회 정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때마침 1979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아동의 해였고 상담소는 이때를 아동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만들고자 했다. 상담소는 한국가족학회(회장 이효재)와 공동주최로 ‘아동과 인권’이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1979년 6월 9일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담소 6층 강당 -당시 여성백인회관-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상담소의 어머니회원들, 가족학회 회원들, 각 대학의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하였으며 서울대 법대 김철수 교수가 ‘아동의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강연을 하였고 ‘가정과 아동’(서울대 가정대 유영주 교수), ‘학문교육과 아동’(서울대 사범대 정원식 교수), ‘사회구조와 아동’ (이화여대 문리대 이효재 교수), ‘법에서 본 아동’ (인하대 법경대 배경숙 교수) 등의 제목으로 분과별 발제와 그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아동의 인권에 대한 자연법적·헌법적·실정법적 개념, 가정환경과 아동의 인권, 한국 부모들이 아동을 대하는 태도, 학교 교육의 실태, 가족계획정책과 아동의 인권, 남아선호사상과 아동의 인권, 계층적 불평등과 아동의 인권, 한부모 혹은 조손가정의 문제점 등 아동이 인권에 관계되는 우리나라의 정서적·법률적·사회적·교육적 문제점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그 대책을 논의하였다.
아동의 인권과 함께 노인문제도 가정문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가정의 문제란 부부간, 자녀, 부모 자녀 간의 문제 그 어느 것 중의 하나이고 이 세 가지 문제 중의 어느 하나에서라도 갈등과 긴장이 발생하면 그것은 곧바로 다른 부분으로 확산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산업화 사회로 급격히 옮아가는 과정에서 전통적 사회규범과 대가족제도가 붕괴되고 1960년대부터 노인문제가 점차 현재화하여 1970년대부터는 가족관계에 심각한 긴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긴장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범사회적 현상으로 노인문제는 점차 과거와 같이 가족만이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고 사회와 국가가 이 문제에 대한 대책에 한몫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각계에서는 노인복리를 위한 ‘노인복지법’제정운동을 벌였고 1977년에 들어서는 정부당국도 이 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상담사건을 통하여, 또 어머니학교 교육을 통해 노인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상담소는 이 노인복지법 제정논의가 대두되자 이 문제에 대한 범사회적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1980년 10월 2일 상담소 창립 24주년 기념으로  <노인문제를 진단한다>라는 제하의 대강연회를 가졌다. 10월의 월례목요강좌를 겸하여 가진 이 강연회는 목요강좌 수강생들, 각계전문가, 언론게, 일반여성 등 약 500여명의 청중이 상담소 6층 강당을 입추의 여지없이 메웠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청중을 위해서 6층 로비와 1층 전시실에 스피커와 좌석을 마련해야 할 정도였다. 이 날의 강연내용은 경향신문 ·한국일보·기독교방송·TBC라디오에 인용 보도되면서 노인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는데 그 이전에 벌써 상담소가 이러한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