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 소감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실무수습을 마치고

상담소는 법교육의 일환으로 법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생 등에게 다양한 임상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본소에서 7월 1일부터 2주간 실무수습을 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생의 소감문을 싣는다.

이   경   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떠올리면 전화벨 소리가 귓가에 울릴 정도로, 상담소에는 수많은 전화가 아침부터 오후까지 온다. 협의 이혼에 필요한 서류가 궁금한 사람, 단순 법률지식이 궁금한 사람, 그리고 몇 년 째 가정폭력에 시달려 도움을 요청하려는 사람 등. 사연의 경중은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법률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매일 실감하게 된다.
2주간의 실습을 마친 지금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법의 인간적 감수성을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법학 수업을 처음 들으면서 만나게 된 ‘법률’이라는 분야는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어릴 적 생각했던 법이란 정의구현의 수단이었지만 실제로 법은 정의 외에도 합목적성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이념 사이의 균형을 지켜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일반인이 보기에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가사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내는 수년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혼인파탄에 쌍방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기도 하고, 이혼을 하면서 원했던 만큼의 위자료나 양육비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법이란 언뜻 보면 원리원칙만 중시하면서, 개개인의 사정은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어렵고 억울한 처지의 사람이 구제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며, 그러한 법이 ‘사람을 위해’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바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변호사님과 상담위원님들은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밖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로 가정문제에 관해 상담을 하고, 소송을 지원해준다. 10년간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어도 이혼을 하고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법을 알아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밀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도 그 제도의 혜택을 받을 방법을 알아야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에 시달리고 자식의 병원비로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국가에서 채무를 면해주는 파산면책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파산면책제도가 있다 한들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어려운 법률지식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상담소와 같은 기관의 법률구조활동 덕분에 가족법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법률구조란 단순히 사회봉사로써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의 존재의미를 되새기고 뒷받침 해준다는 점에서 법 그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활동이며, 법조인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때로는 도움을 받고도 고마워하지 않거나, 복잡한 것이 싫다며 도리어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항상 친절하게 법률구조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위원님들께 존경을 보내며, 미래에 법조인이 되면 이번 실습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을 실천하고 싶다.

변   혜   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의 실무수습을 시작하기 전날 저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한 학기를 마치고 온 제가 이곳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선생님들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소중한 기회를 허투루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무수습 첫날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발을 들이면서 그리고 아침회의에 참석하면서 제가 섣부른 걱정을 하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매우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으며 선생님들께서는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셨고 저의 사소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실무수습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의 상담 참관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법률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법률구조기관입니다. 따라서 내담자들이 기초생활, 고령,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수급권자에 해당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법을 잘 몰라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그것이 가정폭력인지 모르거나 혹은 피해자보호명령 신청 등의 법적 조치가 가능한 줄 모르고 오랜 시간 참아오다가 마침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 이혼 후 양육비를 청구하였는데 상대방이 연락이 안 되거나 폭언을 행사하는 등의 부당한 이유로 양육비를 받지 못해 육아와 생계로 힘들어하며 해결할 방법을 묻는 사람 등 사정은 각자 다를지라도 모두 법을 잘 몰라 억울함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선생님들께서는 이러한 내담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자신의 일처럼 공감하고 위로해주시면서 법률구조와 해결 방법에 대해 상담해주셨습니다. 내담자들은 상담소의 도움을 받고 고마워하였고 때로는 감동과 안도감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상담 참관을 통해 저는 법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저의 꿈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고 꼭 이러한 변호사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수습의 마지막 날 참석한 아침 회의에서 선생님들과 소장님께 감사함을 담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2주간의 실무수습 기간이 벌써 마무리되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아쉽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배운 것과 느낀 점을 잊지 않고 소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처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곳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