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_ 이 달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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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메시지


현실에 기초한 올바른 가족정책 수립을 위해 -
오늘, 우리의 가정은 어디에 서있는가


상담소의 작은 방은 우리 사회 그 어느 곳보다 우리 가정의 현실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상담소 역사 63년을 통해 그리고 제가 직접 상담창구를 통해 보아온 한 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사회의 가정은 어떤 면에서는 급변해 왔고 또 어떤 면에서는 여전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여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복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이를 통해 절벽에 다가선 인구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고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제대로 실현하면서 충만한 삶을 꿈꾸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책 요구를 확인하기 위해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의미 있게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성인 10명 중 9명은 외국인과 결혼이 가능하다고 응답했고, 비혼동거에 대해서도 3명 중 2명이 수용가능하다고 대답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해 응답자의 89.2%(남성 90.9%, 여성 87.5%)가 수용 할 수 있다고 하여 국제결혼에 대한 높은 수용도를 보였고, 구체적으로 20대~40대가 95.3%, 50대~70대의 80.1%가 수용 가능하다고 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다문화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이혼이나 재혼의 경우도 응답자의 86.7%(여성 87.9%, 남성 85.5%)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20대~40대의 90% 이상이, 50대~70대의 75% 이상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이 밖에 비혼독신이나 비혼동거 또한 다양한 삶의 형태 가운데 하나로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입양·한부모·재혼·다문화가족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연히 사라져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고무적인 상황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만 한 편 이러한 소식과 더불어 경제적 문제로 고심하던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과 관련한 소식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자녀와 가족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인 관념에 기인하는 것으로 자녀의 복리를 결정적으로 위협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사건을 두고 ‘동반자살’등으로 표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인’의 경우 살인보다 엄중하게 처벌하지만, 반대의 경우인 ‘비속살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찍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가족은 지금 전근대와 현대, 진보적인 사고와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보수적 사고가 혼재되어 나타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설문이나 여론조사에서는 마치 시험문제의 정답을 제출하듯 올바르게 보이는 것을 선택하지만 현실에서 문제에 맞닥뜨리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모순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우리 가정이기에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문제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충분하게 듣고 함께 논의하며 실질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조사, 연구를 거듭하고 여론을 청취하기 위해 애쓰는 점은 당연하고 또 다행스럽지만 그저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실적이고 우리 국민에 맞는 올바른 정책의 수립,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져 가족 구성원의 복리를 기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것은 사회상의 변화에 기인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회구성원의 의식이 이를 널리 수용하려는 것은 21세기 화두인 성평등을 기반으로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측면에서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일 것이나 실질적으로 사회구성원 전반의 의식 개혁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현실에 기반하여 실천을 담보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근본적인 책무라 할 것입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