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_ 특집 | 친생추정 관련 대법원 공개변론 상담소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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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친생추정 관련 대법원 공개변론 상담소 의견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의견서
- 대법원 2016므0000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


본소는 5월 22일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다루어진 2016므○○○○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사건에 관하여 지난 4월 25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종래 대법원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동거의 결여’만을 친생추정의 예외로 인정하였는데, 공개변론에서는 객관적으로 혈연관계가 없음이 분명한 경우 등에 있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해야 할 것인가 등에 관해 다루었다.


I. 들어가는 말

1983년 ‘동서의 결여’를 친생추정의 예외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이 나오기 전 까지 민법 제844조에 규정된 친생추정 원칙은 1958. 2. 22. 민법이 제정된 이래 부자관계를 결정하는 가장 확고한 기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친생추정은 민법 제846조와 제847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으면 번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친생추정이 미치는 자녀는 부 또는 모가 제기한 친생부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법률상 부자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2년의 제척기간 등으로 인해 친자관계를 번복하는데 법률의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법률상 부(父)와 실제의 부(父)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부자관계를 결정함에 있어 자녀의 복리와 가정의 평화를 보호하기 위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예외의 범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 하에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백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백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민법 제844조 제2항이 2015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게 되었다. 헌재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결정
 그리고 이에 따라 2017년 동조 제2항이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로, 제3항이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로 개정 2017. 10. 31. 법률 제14965호로 일부개정 (시행 2018. 2. 1.)
되었고, 제854조의2(친생부인의 허가 청구)와 제855조의2(인지의 허가 청구)가 신설되었다. 이 규정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견해는 김상용, ‘친생추정에 관한 2017년 개정민법 규정의 문제점’, 법학논문집 제42집 제1호, 168면 참조.
 그러나 이러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부(父)와 실제의 부(父)가 일치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상담현장에서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기간 중에 법률상 남편이 아닌 제3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여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이들은 친생부인 재판 과정의 어려움과 두려움 등으로 인해 자녀의 출생신고를 포기하거나 자녀의 출생일이나 부모를 허위로 기재하여 출생신고를 하는 등의 탈법적인 행위를 하게 되고 결국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로 몰리게 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고스란히 자녀의 고통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궁극적으로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나 그 이전이라도 자녀복리나 인권보호,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판례를 통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구현될 필요가 있다.


II. 상담사례를 통해 본 친생추정 조항과
    관련한 법적·현실적 문제점

본 상담소의 친자관계(친생부인, 친생자관계존부, 인지 등) 관련 상담은 1970년대 793건이었던 것에서 2010년대(2010년부터 2017년까지) 5,210건으로 약 40년 사이에 6.6배나 증가하였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통계로 본 현대 한국 가족의 제문제Ⅲ』(2017), 『2017년도 상담통계집』참조
연대별 친생부인·친생자관계존부·인지 등 친자관계관련 상담 통계

구분
1970년대(1970-1979)
1980년대(1980-1989)
1990년대(1990-1999)
2000년대(2000-2009)
2010년대(2010-2017)
친자관계상담(건)
793
2,590
1,312
1,083
5,210
가 사 상 담 (건)
41,195
101,599
76,824
77,918
116,815
백  분  율 (%)
1.92
2.55
1.71
1.39
4.46

 이를 통해 가족관계등록부상의 부(父)와 실제의 부(父)가 불일치하는 경우와 혼인관계에서 출생하지 않은 자녀가 많아졌다는 점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상담현장에서는 이와 같이 법률상 부와 실제의 부가 다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 관련 상담이 적지 않은데, 이와 관련한 민법상 친생추정 조항은 사회변화에 비해 너무 제한적이고 엄격하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의 어려움 때문에 양육을 포기하거나 출생신고를 미루는 사례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아래에서는 민법 제844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현행 대법원 판례에 의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담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상담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사례 1 - A(남성, 23세)

사례 1 - A(남성, 23세)는 지적장애 3급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음. 어머니와 아버지는 1991년 결혼 후 1993년 A를 출산 함. 이후 아버지의 잦은 가출로 어머니 혼자서 A를 양육해 왔고, 모친이 사망한 후 국가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음. 구청에서 부양능력확인 조사를 위해 아버지에게 연락하였으나 아버지는 A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함. 이후 유전자검사를 통해 아버지와 A가 부자관계가 아님이 확인이 되어 구청에서는 아버지에게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후 아버지는 연락을 두절하고 협조하지 않고 있음. 이로 인해 A는 생계지원이 중단될 어려움에 처함.


● 사례 2- B(남성, 33세)

사례 2- B(남성, 33세)는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음. 출산 후 혼인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여성은 출산 직후 아이를 B에게 남겨두고 잠적하여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채 B가 어머니와 함께 아이를 양육함. 얼마 후 아이 엄마가 찾아와서 자신이 유부녀라고 하면서 이혼할 테니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함. 그러나 아이 엄마는 그 후 다시 가출하였고, 자녀의 출생신고를 아이 엄마에게 요구하였으나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음.


● 사례 3- C(남성, 39세)

사례 3- C(남성, 39세)는 교제 하던 여성이 임신을 하자 동거를 하며 아들을 낳음. 이후 아이 엄마가 유부녀이고, 아이의 출생신고가 되어 아이의 부가 아이엄마의 법률상 남편으로 된 사실을 알게 됨. 불화가 잦아 아이 엄마는 가출하였고 얼마 후 아이 엄마가 C에게 양육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주었음. 그러나 C는 자녀와 법률상 친자관계가 없어 현실적으로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아이 엄마는 부자관계를 바로 잡는 일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음.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등록부상 부가 자녀를 양육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의 ‘동서결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법률상 부와 자의 관계를 번복할 수 있는데, 법률상 부는 물론 모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어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부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어 자녀를 인지할 수 있는 길이 법률상 막혀 있는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부는 사실과는 다른 ‘동서결여’를 주장하여 소를 제기하거나 자녀의 모(母)를 모르는 것으로 하여 법원으로부터 ‘출생신고를 위한 친자 확인’을 받아 모를 밝히지 않고 출생신고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후자의 방법처럼 ‘모(母)’를 모르는 것으로 하여 법원으로부터 친자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법원을 기망하는 것이 되며, 혹여 훗날 생부가 ‘모(母)’와의 관계를 회복하여 가정을 이루는 경우라든가 또는 ‘모(母)’가 생부에서 ‘모(母)’로 양육자를 변경하고자 할 때에도 법률상 모자 관계가 확인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자녀의 안정적 양육이 어려워진다.

위의 사례들을 포함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전 배우자 혹은 혼인 중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법정에서 원하지 않는 사생활을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당사자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며, 특히 제척기간을 도과 한 경우에는 이혼을 했더라도 법률상 부가 자녀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양육, 부양, 상속 등)이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한다. 또한 친생추정 번복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혈연진실에 부합한 친자관계를 원하는 법률상 부, 모, 자녀, 그리고 생부의 의사나 이들의 복리를 도외시하고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민법 제844조는 개정되어야 하며, 법 개정 전이라도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가 판례상 더 넓게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III.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 확대의 필요성

1. 친생추정제도의 취지와 한계

종전에 많은 법제들에서는 법적 부모의 지위를 결정하기 위해 mater semper certa est(어머니가 누구인지 언제나 확실하다)와 paster est quem nuptie demontrant(아버지는 혼인이 지시하는 사람이다)의 두 가지 핵심 원칙들을 비교적 다툼 없이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어머니와 어머니의 남편이 혼인 중에 태어난 자녀의 법적 부모인 것으로 규정하였다. 우리 민법도 제844조에서 친생추정조항을 두고 이 조항에 따라 객관적인 ‘기간’을 기준으로 하여 형식적·획일적으로 부(父)를 결정하였다. 이는 ‘포태와 출산’이란 자연적인 사실에 의해 모자관계는 명확히 결정될 수 있지만, 부자관계는 그렇지 않아, 법률상 부자관계를 명확하고 신속하게 확정하기 위함이었다.

친생추정제도는 부부가 동거생활을 하면 아내가 부(夫)의 자를 포태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점, 부부 상호간의 정조의무가 지켜지는 한 아내가 부(夫) 아닌 다른 남자의 자(子)를 포태할 수 없다는 점, 부(夫)의 친생자인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子)의 법적 지위를 미확정인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와 자(子)의 복리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자(子)와 혈연관계가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등에 근거를 두었다. 이은정, “가족제도의 변화와 친자법 개정의 필요성”, 법학논고 33,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0, 384면 참조
 이렇게 볼 때 친생추정제도는 입증곤란의 구제와 가정의 평화 유지, 자의 법적 안정성 보장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출생과 동시에 자녀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자녀의 출생 시 자녀보호의 공백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오늘날에도 그 존재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학적 검사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혈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됨에 따라 종래 입증곤란의 구제라는 입법목적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고, 가정의 평화 유지는 적어도 혼인관계 종료 시에는 유의미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친생추정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친생추정은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번복될 수 있는데, 혼인관계 파탄 후 이혼이 되기까지의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고, 혼인관계 해소 후 300일 이내에 전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하였으며,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과학적인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음을 고려할 때, 불확실한 개연성에 기반을 둔 기존의 친생추정 제도가 오늘날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2. 친생추정에 대한 제한 법리의 발전

친생추정법리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하여 학설에서는 친생추정이 미치는 범위를 제한하는 이론들이 주장되었다. 이를 보면, ① 외관설 : 장기간의 별거·생사불명상태의 지속과 같이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 ② 혈연설 : 부(夫)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 ③ 가정평화설 : 부부가 이미 이혼한 경우와 같이 지켜야 할 가정의 평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 ④ 사회적 친자관계설 : 유전자 배치와 같이 부(父)와 자(子)간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사회적 친자관계도 소멸한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 등이 있다.

그동안 우리 판례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므59 전원합의체 판결
는 외관설을 택하였고 이러한 태도는 현재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하급심에서는 ‘부부 사이의 동서 결여뿐만 아니라 유전자형 배치의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 서울가정법원 2015. 7. 21. 선고 2014드단310144 판결
, ‘포태 기간에 동서의 결여를 명백히 증명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라도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또는 해소되었고 유전자검사결과에 따라 자(子)와 모(母)의 남편 사이에 친자관계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추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 대전가정법원 2017. 2. 16. 선고 2016드단55628 판결
들이 나왔다.

이러한 판례 변화의 움직임은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도 중요하지만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하는 당사자의 의사 역시 중요시해야 한다는 관점이 판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 정리

대법원 판례에서는 ‘동서의 결여’만을 친생추정의 예외 사유로 인정하고 있으나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판례의 적용범위를 더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친생추정의 예외를 넓게 인정한다면, 상속에서 배제시킬 목적으로 이해관계인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하거나, 자산가인 생부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하여 친생추정을 받는 자(子)가 법률상 부와의 친생 추정을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그리고 부양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양육의무를 성실히 한 법률상 부와의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거나, 일면식도 없는 생부가 부양의무를 강요하기 위하여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친생추정의 예외를 혈연진실에 입각하여 확장한다면, 법률상 부와 실제의 부가 일치하지 않는 자녀는 현재 평온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다하여도, 언제든 제3자의 청구에 의해서도 친생추정이 배제될 수 있게 되어 법률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의 법적 안정성에 근거를 둔 친생추정 규정의 입법취지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첫째,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자관계의 확인이 용이해졌고, 이에 따라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나 법적인 장애로 인해 부자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혼인과 이혼, 혼외관계에 관한 사회적 의식의 변화로 인해 혼인 중 혹은 혼인 해소 후 일정기간 내에 출생한 자녀가 법률상 남편(혹은 전남편)의 자녀가 아닐 가능성도 커졌고 그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가족법의 주요 관심사가 아동의 복리라는 점이다. 엄격한 법과 관행으로 재단할 경우 자녀의 출생신고를 못하게 되거나 자녀가 자신의 생부와 법률상 단절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면 그러한 것들을 아동복리 관점에서 조정하고 제거해주어야 하는 것이 법원과 입법가의 책무가 될 것이다. 넷째, 친생추정조항의 엄격한 적용으로 법률상 부나 생부, 친모, 자녀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남편(전남편)의 자녀가 아님에도 우선 법률상 배우자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점, 그 과정에서 탈법이나 불법적인 관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점, 진실한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적인 친자관계를 성립하도록 하는 점, 법의 장벽으로 자신의 자녀와의 관례를 인정받지 못하는 점, 어른들의 잘못으로 자신의 부모가 다르게 기재되거나 출생신고조차 안되는 점 등 헌법상 보장되어야 하는 양심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행법의 미비점을 판례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서만 부자관계를 번복할 수 있도록 한 민법의 규정은 부부가 사실상 이혼상태이거나 이미 이혼한 경우와 같이 지켜야할 가정의 평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률상 부와 친모, 생부와 자녀 모두에게 벗어나기 힘든 고통의 족쇄가 될 뿐이다. 따라서 유전자 감정 등을 통하여 부자관계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때에는 실질적으로 친생자의 추정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자녀의 부(父)를 생물학적 부(父)로 정할 것인지, 법률상 부(父)로 정할 지의 문제는 보호와 양육이 필요한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실체 관계의 진실을 밝히는 점에 있어서 혈연설이 설득력이 있으며(이 설에 따를 경우 친생추정의 틀은 깨어질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가정들이 구제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었거나 가정의 평화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는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정도로 성숙했다고 보며, 오히려 법이 사회적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IV. 인공수정과 친생추정의 문제점

혼인 중인 부부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AID(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방식의 인공수정을 할 경우 “아내가 혼인 중 포태한 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하기 때문에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子와 법률상 父 사이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혈연설을 택할 경우에는 인공수정을 계획한 의뢰부와의 사이에서 친생추정이 번복되는 결과 정자기증자나 자녀의 의사에 따라 유전적 부(父)가 친부의 지위를 갖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의 복리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는 묵시적으로 민법 제852조에 따른 친생자 승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인공수정을 의뢰한 부는 다시 자녀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며, 자녀와의 친자관계가 확정되는 결과 제3자에 의한 인지도 불가능해지므로, 자녀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의 정자를 공여 받아 인공수정을 통하여 피고를 출산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다시 피고에 대한 친생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2007. 8. 23. 선고 2006드단22397 판결.  그 외 서울가정법원 1983. 7. 15. 선고 82드5110(본소)⋅83드1266(반소) 판결, 서울가정법원 1983. 7. 15. 선고 82드5134 판결, 서울고등법원 1986. 6. 9.선고 86르53 판결, 서울가정법원 2000. 8. 18. 선고 2000드단7960 판결, 서울가정법원 2011. 6. 22. 선고 2009드합13538 판결 등.
는 것이 우리 하급심 판례의 태도이다. 현재 인공수정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입법적 해결이 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판례들이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AID에 의하여 출생한 자녀는 제844조의 규정에 의한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즉, 무정자증인 남편이 처가 다른 사람의 정자를 공여받아 인공수정을 통하여 자를 출산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 그 후 처와 이혼하였다고 하여 그 자에 대한 친생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고, AID인공수정을 이용해 출생한 자녀의 친자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그 기준의 우선순위는 ‘자녀의 복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夫)의 동의를 얻은 AID에 의해 출생한 자의 경우는 친생추정을 받게 하고 부(夫)에 의한 친생부인도 부정하여야 한다는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 지금으로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V.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친생추정규정에 의한 법률상 친자관계와 혈연에 의한 실제 친자관계가 다름에서 오는 현실적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자녀의 출생신고 지연 내지는 양육의 포기, 허위의 출생신고 등 불법행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자녀이다. 따라서 민법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규정을 적용함에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으로 고려하여 법률상 친자관계의 인정 범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인 기준의 적용은 때로는 자녀를 또 다른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하게 할 수 있어 ‘친생추정’은 그 말 그대로 ‘추정’이므로 이러한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길을 자녀의 복리에 맞게 열어 두는 것이 현실에 맞고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추정번복으로 구할 수 있는 구체적 타당성 확립과 친생추정으로 보장될 수 있는 자녀의 법적 안정성을 비교 형량 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간이하고 신속, 정확한 혈연(친생자)관계의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실과 상이한 신분관계가 등재된 가족관계등록부는 오히려 가족 간 불화를 조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출생신고 기피나 수리 거부로 인해 국가의 보호나 관리에서 누락되는 무등록자의 발생은 자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가는 사안별로 다르겠지만 부부가 사실상 이혼상태이거나 이미 이혼한 경우와 같이 지켜야할 가정의 평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 또 부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사회적 친자관계가 소멸한 경우 등에는 자녀의 보호가 약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민법 제844조의 친생추정의 예외의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부(夫)의 동의를 얻은 AID에 의해 출생한 子의 경우에는 부(夫)가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첨부 | 상담사례 이하 상담사례는 본 상담소에 접수되는 상담 및 소송구조신청 사례들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적겠으나, 친생추정을 둘러싼 우리사회 현실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첨부한다.


민법 제844조 제3항의 추정을 받는 경우


사례 1 - (여성, 36세) 1997년 혼인하여 고부 갈등으로 인해 2001년 경 집을 나옴. 15년의 장기별거를 사유로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2016년 11월에 이혼함. 2015년부터 D와 교제를 하였고, 이혼 후 2017년 1월 D와 혼인신고 하여 그해 7월에 아들(1세)을 출산함. 아들의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음.


사례 2 - (여성, 34세) 전남편과 2005년 혼인하고 2015년 8월에 협의이혼 함. 그리고 2015년 12월 E와의 사이에서 딸(1세)을 출산하고 혼인신고 함. 딸의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음.


사례 3 - (여성, 56세) 전남편과 1983년 혼인하고 2002년 12월 협의이혼 함. 2003년 5월 F와의 사이에서 아들(14세)를 출산함. 모(母) 성명 미상으로 하여 F의 친자로 아들의 출생신고를 함.


사례 4 - (여성, 31세) 전남편과 2013년 1월 혼인하고 2013년 10월 협의이혼 함. G와 사이에서 2013년 12월 아들(4세)을 출산함. 아들의 출생신고를 하니 전남편이 아들의 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됨.


사례 5 - (여성, 38세) 탈북하여 H와 동거하면서 북한에 있는 남편과 재판상 이혼을 하고 4개월 후 H와의 사이에서 아이(2세)를 출산함. 아직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음.


사례 6 - (여성, 45세) 조선족으로 중국인 전남편과 혼인신고 직후 한국에 일하러 와 별거하다가 2011. 10. 이혼을 하였음. 2012. 2.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2012. 6. 자녀를 출산함. 자녀의 출생신고를 못하고 있음.


사례 7 - (여성, 38세) 2006. 12.에 전남편과 이혼하고 2007. 3.에 재혼한 I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함. 출생신고는 모를 밝히지 않고 I의 친자로만 출생신고 함.


사례 8 - (여성, 35세) 협의이혼 직후 교제 중이던 J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원래 예정일 보다 4개월이나 앞서 조산을 함.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니 전남편의 친자로 등재됨.


사례 9 - (여성, 35세) 2009. 12. 인도인인 전남편이 혼인신고 직후 출국하여 돌아오지 않았음. 결국 전남편과 2011. 10. 재판을 통해 이혼하고 같은 달 K와 혼인신고를 함. K와의 사이에서 2012. 2.에 자녀를 출산함. 출생신고가 어려워 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부존재 소송을 제기함. 아이가 심장에 문제가 있는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려움.


사례10 - (여성, 40세) 전남편의 폭력으로 집을 나와 오랜 별거 후 1996년 이혼함. L과 동거하며 이혼 후 그해 아이(13세)를 낳았지만, 친생추정 때문에 1998년에 자녀를 출생한 것으로 출생신고를 하였음.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니, 실제 나이보다 적게 되어 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나이를 본래대로 고쳐달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