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 _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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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  2015


넷플릭스의 드라마 ‘센스8’을 시즌 2까지 모두 본 후, 이 책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센스 8’을 기획하고 각본과 연출까지 한 워쇼스키 자매가 이 책을 읽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의 어느 대목에선가 등장하는 ‘사피엔스’에 대한 비판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우리는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다. 생태학적 연쇄살인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멸망시킨 종이 얼마나 많은지 않다면 아직 살아있는 종을 보호할 동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에서 인류의 새로운 종으로 등장한 ‘호모센소리움’ 즉 ‘센세이트(Sense8)’들은 호모사피엔스의 세계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탄압 당한다. 인종과 종교, 피부색, 성적 취향 등 이른바 주류와 조금이라도 다른 존재들에 가해지는 혹은 주고받는 오늘날의 차별과 혐오를 보면 내 자신도 속해 있는 사피엔스의 종적 특성이 끔찍하게 생각된다.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아 있었다. -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에 의하면 이들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았고 순차적으로 등장한 것이었는데, 몇 십 년 동안 과학적 사실관계가 달라졌다! - 이후 호모 사피엔스 만이 유일한 승자로 지구상에 살아남게 되었고, 저자에 의하면 이제 그들은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사피엔스』는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앞으로 몇 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이런 기술 발달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며, 부자들은 영원히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야 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비극적인 전망과 더불어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그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행복에 대한 가능성 역시 더 많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제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 더 나은 진보를 이룩할 것인지,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책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등을 거쳐 인류가 걸어온 길을 조망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연대표’가 있는데 “135억 년 전 물질과 에너지 등장, 물리학 시작‘으로 시작하는 이 연대표를 상상하는 것이 놀랍고 재미있어서 이 부분에 책갈피를 꽂아 놓고 책 읽는 틈틈이 이 대목을 다시 보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2, 30대를 관통했던 거대담론이 지겹기도 해서 ‘소확행’에 관심을 집중해 보았으나 그래도 거시적인 무엇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있었던 모양이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세계사 연구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전 세계 8만 명 이상이 그의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숙 현 편집부장